늦는다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일본어학교는 무척 다닐만하다.
무료해지던 차에 알맞게 시작했고 나이는 제일 많아도 다른 나라말을 하는 사람들과 섞여 있으니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옆자리에 앉게되어 사귄 중국인 친구, 쇼난상.
스무살이다. 조금의 한국어, 단어 수준의 영어, 딱 배운 정도만큼의 일어와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해가며 친해졌다.
어느날 "누나"라고 불러 깜짝 놀랬지만 그 후로 인사할 때마다 반갑게 "언니!"라고 불러준다. ㅎ
쇼난상이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려고 온 건 알았지만 무얼 공부하고 싶어하는지 오늘에서야 묻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심리학이라는 한자가 노트에 쓰여졌고 이야기 하다보니 산업심리학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회사에서의 인적관리, 매니지먼트 등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나도 심리학을 공부했다고 하니 악수를 청하며 "센빠이!"란다, 일본어로 선배라는 뜻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막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던 때, 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하고 싶던 일을 처음 하게 되었을 때,
기대와는 달라 실망했다가도 내게 천직같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누군가를 위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나의 삶에 무언가 더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많은 순간들이 머릿속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작년 5월, 일을 그만 둔 이후 처음으로 내 일에 대한 아쉬움, 내가 공부해 온 것들에 대한 미안함이랄까...
조금 미묘한 감정들이 생겨 살짝 눈물이 났다.
쇼난상 덕분에 인 이 감정들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싶은데 우리의 대화수준으로는 아주 많이 힘들다.
아, 아쉽다.
이럴 때 쇼난상은 입을 쩝 거리며 "ざんれんですね"라고 말하겠지. ㅎ
쇼난상은 지진의 위험때문에 어학공부를 마치면 오사카에 있는 학교로 진학할 예정이라고 했다.
어떻게 공부해가는지 계속 보고싶은 이 마음은 뭐지? ㅎㅎㅎ
이제 나의 휴식이 슬슬 끝나가고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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